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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C] WLC를 추억하며 ..
관리자
2011-05-18 10:39:00

WLC를 추억하며

한국 과학영재학교

김정모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나는 다양한 종류의 캠프에 참가했다. 그 모든 캠프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쌓고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었으며 내 자신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반복되자 그런 교훈들은 더 이상 나에게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게 되었고 캠프나 단체 프로그램들은 내게 단지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로만 느껴졌었다. 이번 WLC에 참가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사실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같이 가는 한국 대표단들과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갖고 있던 나였다. 하지만 2006 WLC에서의 지난 9일간의 경험은 나에게 있어서 결코 잊지 못할 엄청난 기억이 되었다. WLC는 그 과정을 통해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정, 그리고 나의 꿈을 위해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친구들, 그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WLC 기간 동안 숙식을 제공해준 조지워싱턴 대학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는 그곳에서 한국과는 다른 공기를 접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했다. 미국에 가본 것은 두 번째였지만 첫 번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나는 압도당했다. 처음으로 하는 그룹 미팅시간. 미국학생들이 대부분인 그 공간에서 나는 불편함과 어색함을 숨길 수 없었다. 방에 돌아가서 룸메이트들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아이들이 나와는 너무 달랐다. 침대에 들면서는 어떻게 8일을 지낼지 걱정을 했다.

 

두 번째 날도 상황이 많이 변하지 않았다. 조금씩 대화를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지만 너무나도 어색했다. 함께 앉아서 패널을 듣고 식사를 할 때도 불편함이 없어지지 않았다. 패널들은 훌륭했다. 모두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조언을 흥미롭게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으로 합창연습을 시작하고 한국 학생들과 함께 국가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는 이 캠프의 끝에 남는 것은 한국 친구들뿐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렇게 둘째 날이 지났다.

 

세 번째 날은 가장 멋진 패널의 강론을 들은 날이었다. Anthony Robbins Foundation의 Marlon Smith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우리에게 리더쉽이란 무엇인지와 그것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었다. 모든 사람이 갖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다스려야 g할지를 설명해줄 땐 내가 이곳에 정말 제대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강론 중 여러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과도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점점 이 WLC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WLC 참가 학생 전체가 기념 촬영을 한 날. 더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쉽게 만날 수 없던 한국 대표단끼리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 그룹에서도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 아이들과 더욱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이 날 나에게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패널 중 한명이 나와 나이가 같은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Arthur Woods는 2년 전 WLC에 참가한 후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Food for Thoughts 라는 비영리 단체를 조직한 사람이다. 나로서는 이와 같은 사실이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한국이었다면 한창 수능공부를 하고 있을 나이에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외치면 수만 달러의 모금운동을 펼칠 수 있는 단체를 조직한다는 것은 나에게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나는 우리들도 무언가를 진심으로 이루고자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깊은 신념을 갖게 되었다.

 

캠프의 딱 중간이 되는 5일째, 우리는 말로만 듣던 미국 국회의사당과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미국의 심장부에서 이러저런 얘기를 나누며 나는 WLC의 학생들의 자신감과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날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HughO Brian과 함께 한 시간 이후에 WLC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그로 인해 어떤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를 쓰는 시간이었다. 10년 후에 열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는 그간 WLC 기간 중 생각하며 결심한 내용을 모두 적었다. 그렇게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강력한 작용을 하는 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6일 째는 나에게 있어 무척 흥미로운 날이었다. 과학고에 다니는 나로서 과학 기술 분야의 패널들은 실제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분야의 리더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Dr, Vinton Cerf는 인터넷의 개발자로 그의 말은 내 꿈을 더욱 더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내 그룹에 있던 학생들 중 몇은 나와 과학 분야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포토맥 강에서의 Dinner Cruise였다. 배에서 한 저녁 식사도 상당히 새로웠지만 그 이후의 댄스파티는 내가 미국의 청소년 문화의 일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 bamquet에서 하루 남은 7일 째, 우린 몇 팀으로 나뉘어 각각 봉사활동을 했다. 내 경우는 세계 기아현상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서명운동을 했다. 직접 내가 이런 운동에 참여해서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험은 너무나도 새로웠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는 사람, 듣지도 않고 손을 저으며 가버리는 사람, 내키지 않는 다는 듯이 서명을 해주는 사람 등등 많은 류의 사람들과 얘기해 볼 수 있었다. 저녁에는 탤런트 쇼를 했는데 다시 한 번 한국대표단들과 우애를 다질 수 있는 기회였다.

 

마지막 banquet day는 이번 WLC 기간 중에 내 머리 속에 가장 잘 남아있는 날이다. 특히 합창을 하면서 모든 WLC 가족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을 때의 감동은 차마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WLC가 끝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처음의 나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되었다. WLC의 모두가, 내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나와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숙사에 돌아와서 그룹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보낸 추억은 지금도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즐거운 것이었다.

 

그리고 헤어지는 날이 되었다. 비행기 일정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일찍 떠나야했던 나는 기숙사 로비에서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 19살이나 된 남자애가 무슨 눈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WLC가 끝났다는 생각이 나에게는 너무도 아쉬운 것이었다. 왜 더 일찍 다른 애들과 친해지지 못했나, 내가 왜 그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었나 하는 후회가 내 전신을 감쌌다. 지금도 일주일만 더 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한다.

 

WLC에서 돌아온 지 이틀 째, 내 머릿속에선 아직도 우리가 다함께 불렀던 We are the world가 메아리친다. 아침에 눈을 뜰 때도, 바깥을 볼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모든 것이 WLC에서의 추억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WLC는 추억 이외에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여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내가 나아가야할 길, 한국과 미국의 차이,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한국 학생들과 미국학생들과의 창의력이나 추진력에서의 차이는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처럼 학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좋은  점수, 좋은 대학에 가기위해서만 노력하는 사회에서 자란 학생과 학력과 함께 여러 경험을 쌓거나 자기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사회에서 자란 학생의 차이는 모든 면에서 나타나게 되어있다. 나는 앞서 자기 자신의 단체를 조직한 Arthur Woods에 대한 존경을 표했지만 만약 한국 대표단에 있는 학생들 중 하나라도 그와 같은 입장과 환경에 있었다면 그 이상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이 여러 면에서 미국보다 뒤처진다고 하는 것은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지능이 떨어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회의 풍토나 교육환경, 교육 이념 등이 덜 개방적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WLC가 내가 세계를 좀 더 넓게 보고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또,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힘도 WLC에서 길러졌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수많은 친구를 얻었다는 것이다. 한국 대표단뿐만 아니라, 내가 평생 연락을 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를 얻은 것이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잊혀질 수 없는 경험이다. 내가 막다른 길에 처했을 때, 내가 힘겨운 일을 겪을 때, 난 항상 WLC와 그곳에서 사귄 친구들을 생각할 것이다.

2006. 8. 7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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